드라마에서 볼 법한 이혼계약서가 서울 강남 등지의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확산하고 있다.
이혼계약서는 결혼을 앞둔 자녀가 나중에 혹시라도 이혼할 경우에 대비해 재산분할 조건 등을 정해두는 서류다.

자녀 결혼 전 상담을 위해 변호사나 금융회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곽종규 KB국민은행 변호사는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가 결혼할 때 부동산을 포함해 상당한 재산을 넘겨주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혼 후에는 이런 재산이 사위나 며느리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방효석 변호사(법무법인 우일)는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안전장치로 이혼계약서를 써두길 원한다"며 "자녀의 이혼 후 재산 다툼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때 재산을 물려줄 때 효도를 조건으로 하는 효도계약서가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이혼계약서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혼계약서는 부부 각자가 결혼 전 소유한 재산에 대해 이혼 후 소유권과 관리 주체를 구분하는 내용이다. 혼인신고 전에 써야하기 때문에 '혼전계약서'라고도 불린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하면 300만~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계약서를 쓴다고 무조건 법적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방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 재산 형성 기여도에 따라 재산분할 비율이 달라진다"며 "이혼 계약서의 법적 효력은 제한적이지만 만약 재산 다툼이 생기면 유리한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결혼 전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부부의 공유재산이 아닌 부부 중 한쪽의 재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변호사들이 말하는 이혼계약서의 핵심은 부부의 재산 목록이다. 결혼 전 부부 각자의 재산은 물론, 급여 등도 구체적으로 적는 경우가 많다.
빚이 있다면 어느 은행에서 어떤 용도로 빌렸는지 등도 정확하게 적는 것이 이혼 후 재산 다툼을 줄일 수 있다고 변호사들은 조언한다.
다만 급여나 퇴직금 등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간주해 이혼할 때 재산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