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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이 두려운 탈모인, "조롱에 연애도 힘들어요"

서울 한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이모(36)씨는 지난 3월 친구의 소개로 소개팅에 나섰다가 '또' 좌절했다. 소개팅 상대가 만난 지 30분 만에 일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기 때문이다. 다음날 친구에게 슬쩍 물어보니 여성이 "아무리 직장이 좋아도 탈모가 심해 호감이 가지 않아 먼저 나왔다"고 전했다. 소개팅 전에 탈모 증세가 있다는 것을 밝혔음에도 괜찮다고 해 나간 자리라 마음의 상처는 더욱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병원서 탈모 치료(비급여 제외)를 받은 적 있는 탈모환자는 2015년 20만 8,534명, 2016년 21만 2,916명, 2017년 21만 5,025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연령대로 보면 남성은 30대(3만 2,839명), 여성은 40대(2만 1,172명)가 가장 많다. 병원 치료를 받는 탈모인이 전체의 4%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탈모인구는 수백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탈모 관련 논문들에 의하면 백인 남성의 탈모비율은 45%, 흑인도 40% 정도다. 서양인 인구의 50%는 탈모를 겪는다는 연구조사도 있다. 하지만 동양인의 경우 25~30% 정도로 상대적으로 적다. 소수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피부색과 머리카락 색이 대비돼 눈에 잘 띄기 때문일까. 탈모에 대한 편견과 조롱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편이다. 미국 보스턴에서 20년 넘게 생활하다 지난해 귀국한 김모(47)씨는 "미국인들은 탈모가 심하면 아예 머리를 밀고 다닌다"며 "미국인들도 탈모에 관심은 많지만 우리나라처럼 노골적으로 대머리라고 무시하거나 심하게 조롱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탈모에 대한 조롱과 경멸이 심지어 범 죄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나타난다. 지난 해 3월 전주 완산구의 환경미화원 이모(50)씨가 구속됐다. 자신의 원룸에서 동료 Y씨(59)를 목 졸라 죽인 후 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Y씨가 내 가발을 잡아당기며 욕을 해 홧김에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심적 고통에 시달릴 뿐 아니라 탈모 관련 상품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는 경제적 부담까지 지고 있다. 30대 후반부터 탈모가 시작된 정모(42)씨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탈모방지 샴푸는 거의 다 써봤다"며 "미용실에서 효과가 뛰어나다고 권한 탈모치료제도 6개월 가량 발라봤지만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탈모 방지 제품 구입에 든 비용만 300만원이 넘는다"며 "탈모인들의 심리를 자극해 이익을 추구하는 업자들이 탈모인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내 탈모시장 규모는 약 4조원 정도로, 해마다 시장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탈모인들에게 병원 치료는 그야말로 '마지막 카드'다. 하지만 탈모가 너무 심하면 치료효과를 장담할 수 없어 치료조차 받지 못한다. 피부과 전문의들은 "탈모 초기에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상태가 악화된 후 마지막에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고 말한다. 가발 비용 또한 감당이 쉽지 않다. 브랜드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TV광고까지 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남성 부분가발이 100~120만원, 여성은 130만~140만원이나 된다. 전체 가발은 부분가발보다 20~30만원 더 비싸다. 3년 전부터 전체 가발을 쓰기 시작한 박모(45)씨는 "가발을 한 개만 쓰면 2년 정도 밖에 쓰지 못한다고 해서 2개를 맞췄다"며 "2개를 번갈아 사용해도 3년이 지나니 가발 상태가 좋지 않아 올 여름 다시 가발을 맞춰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아 걱정"이라 말했다. 이런 비용을 들이고도 고민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혹시나 가발이 벗겨지지는 않을까. 상대가 가발을 쓴 것을 눈치채지는 않을까. 가발 안에 맺히는 땀과의 전쟁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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