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52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17년간 같은 집에서 함께 생활해 온 80대 본처 A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70대 후처 할머니 B가 지난 13일 항소심 법정에서 6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하고싶은 말을 표현해달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최후 진술 요구에도 하염없이 눈물만 떨궜다.

농아인 B(73) 할머니는 지난해 9월 오전 2~4시 사이 함께 사는 A(89) 할머니의 얼굴을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죄로 재판에 넘겨서 1심에서 6년을 선고받았다.
하나의 남편을 둔 A 할머니와 B 할머니의 기구한 인연은 5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966년, 남편의 본처인 A 할머니가 자식을 낳지 못하자 B 할머니가 후처로 들어왔고 남편의 뜻에 따라 2남 1녀를 출산했다.
농아인 B 할머니는 가난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수화도 정식적으로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많았다.
자식들의 어머니까지 A 할머니로 서류상 등재됐으며 자신이 낳은 자식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후 A 할머니는 자식들의 대외적인 교육을 맡았고 B 할머니는 주로 집안일과 밭일, 식당일을 해왔다.

B 할머니와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딸이 지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고 이듬해인 2001년에는 남편까지 사망했다.
자식들이 잡을 떠나자 집안일은 B 할머니가 도맡게 됐다. 그렇게 17년은 본처인 A 할머니와 단둘이 생활했다.
하지만 두 할머니 사이에 오해가 생겼다. B 할머니가 식당 주방일을 하면서 저축한 1천만원을 A할머니가 숨겼다고 생각한 것.

평소 자신은 식사와 빨래 등 집안일까지 전담하는 반면 A 할머니는 주로 외부로 놀러다니기만 했다.
게다가 A 할머니가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면 잠을 자는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등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불만이 컸지만 속으로 삭힌 채 생활했다.
이번 사건이 벌어진 당일에도 A 할머니는 술을 마시고 귀가했고, 평소 술버릇처럼 B 할머니를 수차례 흔들면서 잠을 못자게 했다.

이에 평소 쌓였던 불만과 함께 잠을 뒤척이던 B 할머니는 순간 분노가 치밀었다.
B 할머니는 옆 방으로 건너가 잠을 자는 A 할머니의 얼굴을 둔 기로 수차례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결국 한 남편을 두고 50여년 이어진 두 할머니의 기구한 운명은 살 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파국을 맞이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자식들은 증언과 탄언서를 통해 "오랜 기간 듣지도 못하고 소통도 힘든 생활 속에서 항상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삭혀 온 어머니의 괴로움과 외로움, 고통을 미리 헤아리지 못했다"며 자택하기도 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B 할머니에게 양형 가중 요소와 감경 요소를 고려해 권고형의 범위인 7~12년보다 낮은 6년을 선고했다.
다만 "피해자인 A 할머니 입장에서는 남편이 후처로부터 자녀를 얻어 한집에 살면서 그 모습을 직접 목격해야 했고, 후처와 남편의 자녀들을 자신의 자녀처럼 키워냈음에도 피고인의 범행으로 인해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B 할머니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내달 3일 열린다.